매일뉴스 "컬럼"

기자명 편집국 (webmaster@every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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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핵무장론’ 을 주장했던 미 공화당 대선 선두 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북한이 한국 일본과 전쟁을 한다면, 그건 그들의 일이다. 한국과 일본에 행운을 빈다. 잘들 즐겨라” 라고 망언을 했다. 북한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켜도 미국은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일본이 미국보다 북한을 빨리 제거할 것” 이라며 일본의 무장을 지지하고 “미국에 득이 안 된다” 며 주한 미군 철수도 거듭 주장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 그를 계속 무시할 수만은 없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공식 논평을 냈다. 핵 안보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북핵 문제 등 한반도 관련 정책을 이해하지 못하는 후보가 백악관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 외교, 핵 정책, 한반도, 전반적인 세계에 대해 무식한 사람” 이라는 강한 표현으로 비판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일 핵무장론은 핵안보정상회의에서까지 거론됐다”고 했다. CNN은 “트럼프 발언이 확산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보니 대통령도 이번 회의에서 한·일 지도자들에게 안보동맹을 재확인시킨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에게 모멸을 당한 나라들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멕시코는 전직들에 이어 현직 대통령까지 트럼프 발언을 규탄하고 있다. 트럼프는 멕시코 이민자들을 ‘마약 강간범’으로 비하하고 “너희들 돈으로 국경에 장벽을 세우라” 는 말로 멕시코를 공격했다.
멕시코 전.현직 대통령들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양국관계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 고 경고했다. 멕시코 시티에서는 트럼프 화형식까지 벌어졌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는 “트럼프 같은 극우 포퓰리스트들은 평화와 사회 통합은 물론 경제 발전에도 위협” 이라고 했다.

한국은 너무 조용하다. 외교부 국방부 논평은 찾을 수 없고 외교채널을 통해 ‘트럼프 캠프’에 제대로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온갖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는 여야 그 어느 누구도 트럼프 발언에 대한 분노와 경고가 없다.
우리가 침묵할수록 트럼프는 우리를 깔볼지 모른다. 트럼프는 인터뷰에서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100%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주한미군 인적 비용의 50% 정도를 부담한다’는 질문에 트럼프는 ”100% 부담은 왜 안되느냐“ 고 반문했다. 트럼프는 ”한국이 미치광이가 있는 북한에 맞서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면, 그들이 우리를 제대로 존중하지 않는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 고 했다.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는 뜻이다.

정확히 말하면 트럼프에겐 안보 전략이 없다. 모든 것을 ‘돈’으로 따질 뿐이다. 한국이 돈을 더 내지 않으면 ”한반도에 전쟁이 나도 개입하지 않을 것“ 이라고 했다. 서방 세계의 중심축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해서도 방위비와 역할 분담을 재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그 돈을 미국인을 위해 쓰겠다고 말해 환심을 샀다. 물론 트럼프의 말은 당치 않다.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의회 청문회에서 ‘동일 규모 군대가 미국에 주둔하는 것이 한국에 주둔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드느냐’는 질문에 ”절대적으로 그렇다“ 고 했다. 당연한 얘기다. 트럼프의 주장은 유권자들을 잠시 속이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가치는 비용을 능가한다’ 는 한 전문가의 말처럼 해외 기지로 득을 보고 있는 것은 일차적으로 미국이다. 트럼프가 한국을 향해 핵무장하라고 하지 않아도 미국의 일방통행으로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한· 미 동맹이 깨진다면 우리는 핵무장을 급박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 피를 바쳐 미국 역사를 만들어온 군인들도 있다. 그들이 트럼프가 미국을 해치는 것을 마냥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지금처럼 정치. 경제적으로 양극화된 시기는 없었다고 진단한다. 정부나 군은 물론이고 기업과 학계, 연구소 모두가 미국과 미국인들의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면서 대화하고 설득한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 나경택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