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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편집국 (webmaster@every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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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김무성 전 대표와 최경환 의원을 함께 만나 계파 해체 선언 등 당 정상화 방안에 합의한 것을 두고 비판이 거세다.

이를 두고 “3김 시대 같은 밀실 야합”, “계파 수장들과 계파 청산을 도모한다는 것은 모순”, “총선 참패 책임자들에게 셀프 면죄부를 줬다” 같은 비난이 쏟아졌다. 김 전 대표는 “합의가 아니고 직전 당 대표로서 자문에 응했을 뿐” 이라고 서둘러 한발 빼는 ‘36시간의 법칙’ 까지 보였다.

일리 있는 비판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면 친박(칙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이 대립하고 정 원내대표는 ‘낀박’ 신세인 판에 계파수장 급의 결단 없는 수습은 불가능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만남의 형식이 아니라 혁신의 내용이다.

혁신 비대위를 이끌 외부 인사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대표처럼 강단과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데려올 수 있는지가 첫째 과제다. 혁신 비대위는 전당대회 준비 역할을 넘어 국민의 공감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획기적 쇄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실질적 계파 해체를 이뤄내는 것도 큰 과제다.

친박이 대선후보감으로 띄우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제주에 도착해 5박 6일간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일정을 마치고 출국했다. 4.13 총선 참패로 여권의 대선 주자군이 지리멸렬한 데다 정계 개편론까지 나오면서 반 총장의 대선 출마를 의미하는 ‘반기문 대망론’ 이 여권에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여론조사 1,2위를 지키고 있는 반 총장이라도 업지 않고서는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는 위기감 때문인지 충청권 정 원내대표 등 여권 인사들이 대거 제주까지 출동했다.

반 총장은 이날 국회와 정당을 겨냥한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남북으로 분단된 것도 큰 문제인데 내부에서 분열된 모습이 해외에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조금 창피하게 느낄 때가 많았다” 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 지도자들이 아주 좁은 커뮤니티 인터레스트(공동체 이익)나 파티 인터레스트(당리) 등을 갖고 하는데 이건 정치가 아니라 정쟁” 이라고 비판했다.
반 총장이 국내 정치의 분열성을 지적하고 대통합 리더십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국민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의 말대로 1월 1일 한국 국민으로 돌아오면 당연히 대선에 출마할 피선거권이 있고,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10년 경험은 급변하는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타개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직업 외교관 출신인 그는 기성 정치인들에 비해 때가 덜 묻었고, 이 때문에 대선 여론조사에서 항상 선두권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그런 인생 역전과 반 총장이 대한민국 대통령 자리에 적임인지 여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지금 대한민국이 봉착해 있는 정치적 분열 상황, 경제적 정체 국면, 사회적 갈등을 돌파할 자질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차차 검증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 총장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게 되면 당장 혹독한 국내 정치 환경에서 생존경쟁을 시작해야 한다. 그가 여당으로 가든, 야당으로 가든 대선 후보가 되려면 당내 경선을 치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이든 더민주든 당내 경쟁자들 때문에 입당만 하면 대선 후보로 자동 옹립되는 일을 없을 것이다.

여권에선 환호성이 나오겠지만 반기문 대망론도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높을 때나 실현 가능하다. 계파 갈등을 청산하지 못하고 쇄신에 실패해 국민에게 희망을 못 준다고 낙인찍힌다면 반 총장이 손잡을 까닭도 없고 손잡은들 국민이 찍어줄 리 없다. 과거 박찬종, 정몽준, 고건 씨도 한때 여론의 지지가 높다고 계속 유지되지는 않았다.

국제 사회의 지도자인 반 총장이 대선 출마와 관련해 계속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다른 나라들이 보기에도 좋지 않다. 국내 정치에 발을 걸치기보다 연말까지 남은 사무총장 임기동안 지구촌 분쟁과 빈곤, 환경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위를 선양하는 길이다.

/ 나 경택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