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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편집국 (webmaster@every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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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횡포 철저히 조사하라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등 3대 대형마트사가 납품업체에 각종 갑질 횡포를 일삼다 총 238억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2012년 대규모 유통업법이 제정된 이후 단일사건으로 부과된 과징금으로는 가장 규모가 크다. 이 중 홈플러스는 시정조치를 무시하고 반복적으로 불공정행위를 일삼다 검찰에 고발조치까지 됐다.

종이호랑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공정거래위원회가 모처럼 유통재벌들의 부당행위를 단호하게 대처한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이 조치로 대형마트사들의 갑질 횡포가 근절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뿐 아니라 납품업체 직원들을 부당하게 동원한 사실도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건 과태료로 끝날 일이 아니다. 특히 홈플러스는 판촉사원을 직접 고용하면서 발생한 인건비 부담을 납품대금 깎기나 상품 공짜로 받기로 납품업체에 떠넘겼다. 홈플러스가 직접 고용의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임금은 납품업체가 지급한 변칙적인 불법파견이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홈플러스(270명), 롯데마트(855명)까지 납품업체 직원들을 수시로 상품 진열업무에 동원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적법한 계약 없이 납품업체 직원들을 마치 자사의 직원인 것처럼 부당 사용했다면 당연히 파견법에 따라 처벌받아야 한다.

노동부는 공정위가 적발한 유통재벌들의 부당행위를 먼 산의 불보듯 구경만 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노동부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3년 3월 이마트에 대한 특별 근로감독을 통해 1978명의 불법파견을 적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이마트를 비롯해 대형유통사들이 불법 사용하던 매장 인력을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뒤 노동부는 파견확대에 집중하면서 불법파견 단속에 사실상 손을 놓았다. 그사이 다시 대형마트사의 노동질서가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3년 전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던 남양유업 사태가 소리 소문 없이 잊혀진 채 솜방망이 처분으로 결말지어지는 것에 말문이 막힌다. 남양유업 사태는 30대 직원이 50대 후반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하며 갑질하는 파일이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공정위는 당시 조사를 통해 남양의 1884개 대리점 중 35개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밀어내기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에 대리점주가 항의하면 계약 해지를 앞세워 불공정 거래를 했으며 일부 직원들은 대리점주에게서 각종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밀어내기 품목의 매출 기록을 찾지 못해 매출에 비례해 부과하는 과징금은 포기한다” 고 밝혔다.
공정위는 대법 판결 뒤 뒤늦게 남양의 전국 대리점을 상대로 컴퓨터로 그 기록 확보에 나섰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3년 전 조사가 거짓이거나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서 유야무야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남양 측의 컴퓨터 기록삭제 의혹도 확인하지 못했다.

경제검찰이라는 공정위의 조사가 이처럼 허술한데 갑질이 근절될 리 없다. 대형마트의 납품업체 상대 갑질이 여전히 계속되는 것에 대해 공정위는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발의됐던 ‘대리점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은 지난해 말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제외하고는 대리점주 단체결성권, 교섭권, 계약갱신 보장권 등 핵심조항이 모두 빠지면서 껍데기만 남았다.

재벌 마트들은 중소 납품업체들을 쥐어짜는 데는 약속한 듯 똑같이 행동하고 있었다. 남양유업 사태는 우월한 지위를 가진 갑질의 대표 사례다. 개선 노력은 도외시한 채 그저 덮기에 바쁜 기업, 을의 눈물을 닦는 노력을 게을리하는 정부에서 갑질 근절은 연목구어일 뿐이다.

/나경택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