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결산…194개국 7500명 참여해 무더기 기록도 풍년

기자명 김희순 기자 (higimk12@naver.com)

28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세계 수영사를 새로 썼다. 194개국에서 75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국제수영연맹(FINA)이 주관하는 대회 가운데 역대 최다 출전국, 최다 출전선수 신기록을 세웠다.

부탄, 세인트 키츠 앤 네비스, 에리트리아 등 3개 나라는 처음으로 참가했다. 특히, ‘평화의 물결 속으로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시리아 난민 출신 남녀 수영선수가 FINA 독립선수 자격으로 참가해 의미를 더했다.

이들은 비록 결선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기록과 상관없이 굳센 의지와 도전정신으로 전 세계에 감동희망을 선사했다.

이번 대회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권의 43%가 배정돼, 역대 그 어느 대회보다 명승부가 펼쳐졌다.

특히, 드레셀, 레데키, 쑨양 등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치열한 승부를 겨뤄 박진감이 넘쳤고, 신예들의 돌풍 또한 거셌다. 기록도 풍년이었다.

평영 100m에서 영국의 아담 피티가 자신이 갖고 있던 종전기록을 0.22초 앞당긴 5688로 세계신기록을 갱신했다. 남자 200m 접영에서는 19세의 크리슈토프 밀라크(헝가리)10년 동안 깨지지 않던 수영황제펠프스의 기록을 0.78초나 앞당기면서 역시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이번 수영대회에서는 27일 기준 세계신기록 8개가 작성됐다.

지난 부다페스트 대회 7관왕으로 수영의 황제로 불리는 카엘렙 드레셀이 접영 50m에서 2235를 기록, 대회신기록을 세우는 등 27일 현재 대회신기록은 모두 15개가 수립됐다.

우리나라도 여자 400m 계영에서 34258로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26일 벌어진 남자 자유형 50m 예선에서 양재훈(21·강원도청)2226의 한국 신기록을 세웠고, 남자 계영 800예선에서도 71505의 한국 신기록을 수립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가 기록한 한국신기록은 27일 기준 4개다.

이변도 속출했다. 지금까지 금메달 14개를 거둬간 미국의 수영 여제케이티 레데키가 4연패를 노리던 자유형 400m에서 호주의 신예 아리안 티투머스에게 금메달을 내주고 2위에 그쳤다. 케이티는 이후 자신의 주종목인 자유형 1500m200m를 기권했다.

부다페스트 대회 3관왕이며 자유형 50m 100m와 접영 50m, 100m 에서 세계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스웨덴의 사라 요스트롬도 자신의 주 종목인 접영 100m에서 캐나다의 신예인 19세 마가렛 맥닐에게 금메달을 내줘 4연패 달성에 실패했다.

대한민국 선수들의 의미있는 도전도 이어졌다.

김수지 선수가 1m 스프링보드에서 다이빙 역사상 처음으로 첫 메달인 동메달을 따내, 대한민국 다이빙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며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의 유일한 메달리스트가 됐다.

우하람 선수도 3m 스프링보드와 10m 플랫폼 종목에서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해, 빛고을 광주에서 최고의 순간을 만들었다

이번 대회에서 최대의 화제를 몰고 온 팀은 단연 한국 여자 수구팀.

대회 개최국으로 첫 출전권을 얻었지만 대회 한달 반 전에야 어린 학생들 위주로 팀을 급조했다. 말이 국가대표지 세계 강호들과 겨루기에는 실력 차가 너무도 컸다.

대회 목표는 ‘1이 아닌 한 골, 조별 예선 1차전에서 세계적 강호인 헝가리에 0-64라는 기록적인 패배를 기록했지만, 러시아와의 2차전서 역사적인 첫 골을 넣는데 성공했다. 결과는 1-30 패배였다.

대표팀 성적은 5전 전패, 최하위인 16위였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은 금메달 이상의 감동을 국민에게 선사했다.

남자 수구도 집념과 투혼으로 뉴질랜드와 1516위 결정전에서 승부던지기에서 5-4로 이겨 사상 첫 승리라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경영에서는 여전히 높은 벽을 실감하며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김서영은 개인혼영 200m 결승에서 역영했지만 21012의 기록으로 전체 8명 가운데 6위에 그쳤다.

아티스틱수영에서 한국 대표팀은 팀 프리 콤비네이션 결선에서 11위를 기록해 지난 2003년 처음 출전한 이후 명맥이 끊겼던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은 물론 결승까지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비록 메달 사냥에 실패했지만 대표팀을 향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바다 위의 마라톤이라 불리는 오픈워터수영에서 우리나라는 최초로 경영선수 출신 남녀 4명씩 총 8명을 선수로 구성해 남녀 510, 혼성 계주 종목에 출전했지만, 세계 주요 선수들과 큰 격차를 보이며 완주에 만족해야 했다.

한편 대회 초반 노쇼등으로 빈 객석이 많아 흥행 저조가 우려됐지만, 대회중반 경영과 하이다이빙이 시작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개회식에 참석한 데 이어 부인 김정숙 여사가 대회 중반 12일 일정으로 현장 응원에 나서며 직접 흥행을 견인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다수의 국제 스포츠 거물들도 속속 광주를 찾아 경기를 관람했다.

청와대 직원들은 물론 정부부처 장차관, 전국의 시도지사들도 광주를 찾아 대회에 힘을 실어줬다.

덕분에 중간 중간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관람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긴 줄을 지어 입장하는 등 대회 흥행이라는 반전을 이뤘다.

/김희순 기자